【뉴스라이트 = 이세현 기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전기정보공학부 이재상 교수 연구팀이 삼성전자 SAIT (Samsung Advanced Institute of Technology)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유기 발광다이오드(OLED, Organic Light-Emitting Diode) 성능을 저하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10월 10일 세계적 권위의 물리 학술지 '피지컬 리뷰 X(Physical Review X)'에 게재됐다. 피지컬 리뷰 X는 미국 물리학회(American Physical Society)의 대표적인 오픈 액세스 저널로서, 물리학 전 분야에 걸쳐 한 해 200편 내외의 핵심 성과만을 출간하고(다학제 물리 분야 논문 인용지수(JCI) 상위 2.2%), 이 과정에서 매우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의 연구기관이 해당 저널에 공학 분야의 논문을 게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성과라는 평이다.
OLED는 현재 스마트폰, 태블릿, 워치, TV 등 주요 IT 기기의 디스플레이에 활용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가상현실, 차량용, 자유형상 및 신축성 디스플레이 등 사용처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국가 전략기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OLED의 산업적 성장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기술 장벽이 존재하는데, 바로 소자의 제한적인 발광 효율과 구동 수명, 그리고 이에 따른 번인 현상(Burn-in)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대-삼성전자 SAIT 연구팀은 OLED 성능을 치명적으로 감소시키는 핵심인자, '계면 엑시톤-폴라론 소거(exiton polaron quenching)' 현상의 존재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OLED는 다층의 유기반도체 박막으로 이루어진 발광다이오드 소자로, 발광층 내부에 주입된 양,음전하가 엑시톤(양-음전하쌍)을 형성하고, 엑시톤이 방사결합함으로써 빛이 방출되도록 설계돼 있다. 한편 발광층과 인접한 전하수송층 사이에는 미세한 에너지 장벽이 존재하는데, 이는 발광층 내부로 전하 주입을 방해하고 전하를 계면에 축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동연구팀은 계면에 축적된 전하에 의해 발광층 내부의 엑시톤이 소거되는 기제를 이론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계면 엑시톤-폴라론 소거' 현상으로 명명했다. 이어서 연구팀은 해당 현상을 독립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실험을 고안해 해당 현상의 3대 결정인자(계면 장벽, 엑시톤-폴라론 거리, 엑시톤 소멸시간)를 밝혀냈다. 특히 주목할 발견은 '계면 엑시톤-폴라론 소거'가 OLED 방출광의 색이나 인광, 형광, 지연형광 등 발광방식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소자효율 저하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공동 연구팀은 해당 현상의 제어를 통해 적,녹,청 인광 OLED 효율이 최소 50% 이상, 청색 소자의 수명이 70% 이상 증대된 결과를 달성했다.
공동 연구팀의 이번 발견은 '엑시톤-폴라론 소거'가 발광층 내부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OLED 산,학계의 통념을 뒤집은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해당 현상이 발광층과 전하수송층 사이의 '이종계면'에 걸쳐 발생할 수 있으며, 그 효과에 의해 OLED 성능이 치명적으로 감소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검증했기 때문이다.
이재상 교수는 '계면 엑시톤-폴라론 소거는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고 수명이 짧은 청색 OLED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향후 청색 OLED 연구,개발 방향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본 논문의 1저자인 양광모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재상 교수의 지도 하에 청색 OLED 수명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후속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본 연구는 삼성전자 SAIT,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4단계 BK21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