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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에 갇혀 못 자란 블랙홀이 바로 '중간질량 블랙홀'

독일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항성질량과 초대질량 블랙홀 사이에 숨어 있던 중간질량 블랙홀 발견

 

 

【뉴스라이트 = 한경준 기자】 중력이 너무나도 강해 빛 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를 우리는 '블랙홀'이라 부른다.

 

이 특이한 천체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만들어진다.

 

첫째는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 핵융합 에너지를 소진한 뒤 붕괴하는 과정에서 초신성 폭발 후 만들어지는 항성질량 블랙홀이다. 이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5~150배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는 별 1000개 당 1개 꼴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수천억 개의 별이 있는 우리 은하에는 수억 개의 블랙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경로는 별의 진화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거대한 가스 덩어리가 직접 붕괴하면서 형성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태양 질량의 수십만~수십억배에 이르는 이 괴물 블랙홀은 은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태양계에서 2만6천광년 떨어져 있는 우리 은하 중심에는 태양의 410만배 질량을 가진 ‘궁수자리 A*’라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주변 별을 모두 삼켜버리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블랙홀은 이렇게 작거나 아주 거대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두 유형의 블랙홀 사이에 있는 태양 150~10만배 규모의 중간질량 블랙홀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초기 은하의 중심에는 중간 크기의 블랙홀이 있었을 것이고, 이 블랙홀은 훗날 더 작은 은하를 삼키거나 더 큰 은하와 합쳐졌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우리 은하는 오래전에 이 단계를 벗어났고, 지금은 훨씬 더 큰 초대질량 블랙홀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우주 진화의 원리상 당연히 있어야 할 이 중간질량 블랙홀은 그동안 존재를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몇 몇 잠정적인 후보들이 발견됐을 뿐, 중간질량 블랙홀은 블랙홀 진화사의 잃어버린 고리로 남아 있는 상태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과연 실제로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독일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허블우주망원경 관측 데이터 분석을 통해 1만7700광년 거리에 있는 ‘오메가 센타우리’(NGC 5139)에서 중간질량 블랙홀의 증거를 찾아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성단은 거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형성돼 서로 중력으로 묶여 있는 별 무리를 말한다. 구상성단은 별 무리가 모여 있는 모양이 공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은하 안에 있는 '오메가 센타우리'는 지름이 150광년으로 약 1000만 개의 별들로 이뤄져 있는 구상성단이다.

 

 

 

 

연구진은 우선 허블망원경이 20년간 관측한 오메가 센타우리 사진 500여 장 속의 별 140만 개의 이동 속도를 측정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오메가 센타우리에 초점을 맞춰, 성단의 가장 안쪽 영역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7개의 별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중간질량 블랙홀의 중력이 이 별들을 잡아당기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막시밀리언 해베를레 박사과정생은 “건초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이 7개의 별은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상적이라면 성단을 탈출해야 마땅한 별들이었다. 가장 빠른 것은 초속 113km나 됐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이 별들을 중력으로 끌어당겨서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거대한 천체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유일한 천체는 질량이 태양의 8200배 이상인 블랙홀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야말로 중간질량 블랙홀 존재를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라며 “이번 발견으로 인해 오메가 센타우리의 중간 질량 블랙홀 존재를 둘러싼 10년 간의 논쟁이 해결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이 블랙홀은 역대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대 블랙홀인 셈이다.

 

오메가 센타우리는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구상성단으로, 은하수 평면 바로 위에 있다. 빛공해가 없는 깜깜한 밤에는 육안으로도 보름달만큼 크게 보인다. 

 

오메가 센타우리에 중간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것은 이 성단이 수십억 년 전 우리 은하에 흡수된 왜소은하의 핵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바깥쪽 별들이 떨어져 나간 이 은하핵은 은하수 안에 갇혀 더는 진화하지 못한 채 시간 속에서 멈춰버렸고, 중심의 블랙홀도 더이상 커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발표로 막스플랑크천문학연구소 연구진은 지구쪽 또는 지구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별의 이동속도를 측정하는 관측 프로그램을 승인받았다.

 

앞으로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오메가 센타우리의 중심을 더욱 자세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혀 미지의 연구 성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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